Ⅰ. 서론

다시 태어난다면 대 재벌가의 상속 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많았다. 지독 할 만큼 가난하지는 않아도 나의 부모님은 항상 돈 귀한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무조건 절약하고 아끼는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다. 그게 너무 쫀쫀해 보이고 궁해보여서 싫었다. 남들처럼 명품 가방을 들고 싶고 비싼 레저를 즐기고 싶었다. 남들이 우와 할 만한 재력을 가지고 싶었다. 부모님을 잘 만나서 호위 호식하는 재벌 2세들을 보면서 비판하기보다는 부럽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내가 소개하게 될 영화인 Savage grace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실제 합성수지를 개발하여 대 재벌이 된 베이클랜드가의 이야기이다. 내가 그토록 부러워하던 재벌가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고 부러워한 이상적인 가정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물론 물질적인 풍요를 바탕으로 일반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많은 것을 누리고 있었지만 그 이면의 정신적인 궁핍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스크린을 통해 근친상간, 존속살해, 동성애 등의 장면들이 여과 없이 보였고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점은 이 영화가 단순히 음란하고 선정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슬프고 비극적인 가족사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우아한 막장이라고 불리는 이 영화가 단순한 막장이 아닌 현실임을 밝히고 ‘야만적인 기품’이라는 모순된 제목을 이해하고 그들이 진정한 욕망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그들의 심리하나 하나를 깊숙이 파헤쳐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 나는 매 신(scene)을 나누고 차근히 그들의 심리를 분석 해보기로 한다.

 

Ⅱ. 본론

쉽지 않은 영화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이지만 그저 가십거리일 수는 없다. '이게 말이되?'라는 의문에 '응, 이건 실화야'라고 담담히 말하는 이 영화를 치밀하게 파고들어보자.

A. 줄거리

최초로 합성수지를 발명해낸 레오 베이클랜드의 손자이자 베이라이트사의 상속인인 브룩스와 결혼해 오랜 시간 꿈꾸던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게 된 바바라. 모든 것을 누린 듯 보이지만 자신을 조롱거리로 여기는 상류층 사람들과 계속되는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독한 술과 위험한 정사로 채워진다. 한편 부서질 듯 한 불안한 정서를 가진 그들의 유일한 아들, 안토니와 기댈 곳 없는 바바라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의지하게 되고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며 정상적인 모자관계 이상의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B. 영화 소개 및 구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세비지 그레이스>는 미국에서 2007년도에 개봉한 했다. 감독은 영화 <졸도>로 베를린영화제 테디상을 수상한 ‘톰 칼린’. 바바라 베이클랜드 역은 줄리안 무어가 브룩스 베이클랜드 역은 스티븐 딜레인이 안토니 베이클랜드 역은 에디 레드메인이 맡았다. 이들 모두는 치밀한 감정연기를 통해 영화를 빛나게 하였으며 깐느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LA타임지가 선정하는 '당신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실제 베이클랜드 가족이 살아온 시간 순으로 나열되며 미국 최고급 상류층 가문답게 미국, 스페인, 프랑스 등을 자유롭게 오가는 화려한 생활을 보여준다. 세련된 의상을 입고 고급스럽게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티타임부터, 비밀스러우며 퇴폐적이기 까지 한 은밀한 사교모임까지. <세비지 그레이스는> 우리가 모르는 상위 1%의 사생활, 그리고 행복하지만은 않은 그들의 처절한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C. 심리분석

그들의 심리란 매우 난해해서 나는 영화 속의 매 씬(scene)을 나눌 필요가 있었고 그 각각의 신에는 군더더기 없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바바라 베이클랜드

바바라 베이클랜드. 매력적인 여배우인 그녀는 베이라이트사의 상속자인 브룩스 베이클랜드와 결혼하며 상류층에 입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는 끔찍이 아끼는 아들 안토니가 있다. 브룩스와 결혼하고 아들을 얻음으로써 그녀는 부와 명예를 다 얻은 듯이 보이지만 자신을 조롱거리로 생각하는 상류층 사람들과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타락하게 되고 의지할 곳 없는 바바라는 그녀의 아들 안토니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야 만다.

# scene 1.

남편 브룩스에게 바바라는 끊임없이 사교모임에 참석할 것을 요구한다. 그 것이 귀찮지만 브룩스는 바바라의 매혹적이고 친절한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어 마지못해 응하게 되지만 불편한 마음이다. 사교모임에 참석해서도 바바라는 브룩스에게 "천만 달러를 주면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중 한명인)Simone와 잘 거예요?"라는 자극적인 질문을 하고 찐덕지게 굴지 말라는 브룩스의 말에도 "나이트클럽 문을 지나다 만난 첫 번째 사람과 집에 갈 것인가요? 라고 묻는다.

⇨ 바바라는 사교모임에 참석함으로서 자신이 상류층임을 즐기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녀는 이러한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브룩스에게 다소 자극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서 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녀 자신이 그의 아내이고 그가 그 사실을 인정해 주길 바라고 있다.

# scene 2.

남편 브룩스에게 화가 나서 다른 남자의 차를 타고 홀연히 떠났다가도 다시 집으로 들어와서 바바라는 가장 먼저 1살이 된 그의 아들을 찾는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몸짓으로 안토니에게 젖을 물린다.

⇨ 바바라의 지극한 아들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바바라는 사회와 남편으로 부터의 무관심으로 얻은 상처를 아들을 사랑함으로써 위로받고 있다.

# scene 3.

바바라와 안토니가 한가롭게 소풍을 나온 장면이다. 여기서 안토니는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서 묻고 바바라는 이에 브룩스가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탐험을 좋아하고 수학적 지식이 뛰어나신 분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렸을 적 자기 자신을 건사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어머니인 니니는 그녀에게 최선을 위해 "mon"을 찾으라고 했으며 그녀는 그 최선이 '남자'인줄 알았지만 사실 그것은 '돈'이었다고 말한다.

⇨ 이 장면에서 바바라의 '돈과 명예'에 대한 고착을 엿 볼 수 있다. 그녀는 빼어난 외모를 지녔지만 가난한 유년시절은 보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만 했고 그로인해 그녀의 어머니인 니니 역시 돈에 고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난한 유년시절은 바바라에게 한(恨)이 되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 부분이 암처럼 모든 에너지를 빨아 먹어 다른 욕구들에 우선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욕구의 발달이 중지되거나 지연되는 것은 그대로 남게 되어 어른이 되어서도 반복해서 그 욕구를 수리하려고 하려 하게 되고 그 욕구에 에너지가 우선시 되어 그 욕구 때문에 파멸하게 된다. 즉 고착이 일어난 부분은 어른이 되어서 그 부분이 암처럼 모든 에너지를 빨아 먹어 다른 욕구들에 우선하게 된다. 그 부분에 집착하게 되어 다른 욕구들을 배제시켜 버린다.

# scene 4.

집착하는 바바라를 못 마땅하게 여기던 남편 브룩스가 아들의 애인인 블랑카와 바람을 피우고 도망을 간다. 이 상황을 안 바바라는 공항까지 쫓아가 블랑카와 브룩스에게 천박한 말들로 쏘아붙이고는 그들을 보내버린다.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당당하게 걷는다.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기사를 대한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아들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아들의 동성애 현장을 목격하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들은 아버지를 옹호하게 되고 이에 흥분을 하지만 이내 가라앉히고는 집에 손님이 찾아올 것이니 꼭 오라고 말한다.

⇨ 바바라는 남편에 외도의 흥분하고 좌절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는 것은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키기 싫은 심리를 알 수 있다. 이내 아들을 찾아가는 것은 아들이 남편을 대신할 만큼 많은 의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scene 5.

바바라는 샘을 안토니와 그녀가 사는 집으로 초대한다. 샘은 일명 walker로 불리는 데 돈 많은 여자와 저녁을 먹거나 오페라에 가는 동성애자를 말한다. 샘은 바바라를 위로하고 앞으로 살아야할 방향에 대해 말해주고, 바바라는 샘과의 sex를 통해서 위안을 얻는다.

⇨ 여기서 바바라의 리비도를 볼 수 있다. 바바라는 샘과의 sex를 통해서 리비도를 충족시키고 그 것으로 하여금 현재의 불안을 해소시킨다. 이와 비슷하게 바바라는 결혼 초기에 브룩스와도 sex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역시 바바라는 sex를 통해 그와의 갈등과 관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 본능, 혹은 성 충동을 말한다. 프로이트는 리비도를 사춘기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서서히 발달 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리비도는 중간에 발달이 멎는가하면 거꾸로 퇴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동성애 같은 이상성욕이나 신경증이 이에 속한다. 리비도가 충족되지 않을 때는 불안으로 변한다. 그런가 하면 리비도는 승화되어 정신 활동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처음 리비도를 자기 보존 본능과 대립하는 것으로 보았으나 이후는 이 둘을 결합하여, 죽음의 본능과 대립하는 에로스라고 하였다.

# scene 6.

샘은 식사를 하며 바바라에게 갤러리를 가지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바바라는 지난 날 샘과 자신의 아들 토니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낸다. 이에 샘은 "토니는 당신의 아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는 그만의 인생을 가진 성인이다. 토니는 단지 토니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바바라는 분노하며 "토니는 토니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 바바라는 남편 브룩스가 떠나고 더욱 아들에게 집착하고 있다. 그녀는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인정하지 않고 토니를 아들이상의 감정으로 대하고 있다.

# scene 7.

아들을 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다가 바바라는 감정이 폭발하게 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샘과 바바라는 잠자리를 가지게 되고 그들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토니가 자신도 옷을 벗고 침대에 함께 눕는다. 날이 밝아 셋이 한 이불을 덥고 있었다는 것을 난 바바라는 섬뜩한, 그러면서도 호탕한 웃음을 짓는다. 셋은 함께 웃다가 샘을 사이에 두고 키스를 하게 되고 셋은 서로의 몸을 나눈다.

⇨ 바바라가 아들의 동성애를 인정하고 바바라와 안토니 사이의 근친상간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그녀는 아들을 아들 이상의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고 그것은 아들을 전남편인 브룩스를 대신 할 인물로 여기는 것이다.

근친상간(近親相姦)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들 사이의 성관계 및 이에 준하는 성적 행위를 말한다. 일부 나라에서는 성인일 경우에는 근친상간을 인정하기도 하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근친상간은 대게 더 엄격하게 다스린다.

# scene 8.

바바라는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손목을 그으며 자살을 시도한다. 안토니가 발견하고 목숨을 건진다.

⇨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 굉장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다. 남편의 외도, 근친상간, 아들의 동성애……. 그녀는 실제로 조울증이라는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급격히 찾아오는 우울한 감정은 그녀에게 죽음의 본능을 유도했다.

조울증은 기분 장애의 대표적인 질환의 하나로,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조증 삽화(Manic Episode)를 보이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병의 경과상 주요 우울증 삽화(Depressive Episode)가 독립적으로 또는 혼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조울증은 신경증의 일종이다. 신경증이란 신경계통의 문제를 떠나 정신 장애에 의해 일어나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렸을 때의 좌절체험이나 갈등 체험이 원인이 돼 나타나는 일종의 인격 반응인 셈이다. 히스테리나 노이로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통칭한다.

프로이트는 에로스, 즉 삶의 본능과는 달리 죽음이 본능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파괴의 본능이라고도 불리는 이 죽음의 본능은 생물체가 무생물로 환원하려는 본능을 일컫는다. 일명 타나토스라고도 한다. 인간은 이 본능 때문에 결국 죽게 되는데, 살아 있는 동안에도 자신을 파괴하거나 처벌하려는 욕구를 피하지 못한다. 유희적 의미에서의 전쟁 놀이, 혹은 부부 싸움 등에서 보이는 공격적인 행동 특성들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이 죽음의 본능은 삶의 본능과 동전의 양면처럼 중화를 이루는가 하면 대체되기도 한다.

# scene 9.

세월이 지나고 몸이 늙어가는 것을 느낀 바바라는 "누군가가 파리에 지쳤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은 인생에 지쳤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 이런 말을 하면서도 바바라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녀는 그녀의 인생이 끝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scene 10.

욕조에 몸을 담근 어머니 옆에 아들인 안토니가 책을 읽으며 앉아있다. 흡사 연인처럼 대화를 나누면서 안토니가 준비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바바라는 안토니에게 Ethel과의 약속이 있다며 함께 가기를 제안한다. 안토니는 거절하지만 바바라는 끝까지 애원한다. 이어서 바바라는 자신의 손목에 그인 상처를 치료해 달라고 말하고 안토니는 바바라의 손목을 소독해 준다.

⇨바바라는 아들 안토니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고 그가 남편 대신이라고 여긴다. 그녀가 다시 사교적인 모임을 갖고 손목에 그인 상처를 치료받는 것은 안토니에게 의지하여 다시 한 번 일어서려는 것이다.

# scene 11.

외출을 하고 돌아온 바바라에게 안토니는 그가 아끼던 예전 애완견의 목걸이를 찾는다. 하지만 바바라는 무시하며 그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그의 남성에 손을 갖다 대며 "너의 그것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자극한다. 바바라는 안토니의 다리위로 올라가 sex를 시도하지만 안토니는 사정에 실패한다. 이에 바바라는 손으로 그의 성기를 애무하며 그의 사정을 유도하고 결국 사정에 성공한 안토니에게 안겨 바바라는 "네가 최고야"라고 말한다.

⇨ 바바라는 안토니를 브룩스 대신이라고 여기며 그녀의 리비도를 충족시키려고 한다. 안토니는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에 충격을 받고 사정에 실패하지만 바바라는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애무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이 매혹적인 성적존재로 인정받길 강력히 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매혹적인 그녀 바바라 베이클랜드는 돈과 명예에 대한 고착으로 상류층 인사들뿐만 아니라 남편에게까지 외면을 당해야만 했다. 이는 그녀를 극심한 우울증을 빠지게 했고 그 결과 남편 이외의 인물들과의 성관계를 통해 자신의 리비도를 해소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인 안토니를 남편대용으로 생각하며 성관계까지 맺으며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었다. 그녀의 고착은 그녀의 어머니에게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그녀는 어머니를 통해 진정한 최선이 무엇인지 정확히 배웠어야 했으며 사교모임과 돈은 많은 남편보다도, 자신을 단순한 성적 대상이 아니라 내면까지 사랑해 줄 수 있는 남편이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