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서론

인간의 성격이나 행동 등은 다양한 형태의 삶의 과정을 통해서 영향을 받고 만들어진다. 성장과정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이의 성장 후 성적 취향이나 반응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신분석학의 창안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유아 성욕을 주장하였으며, 3세에서 5세 사이인 오디팔 시기에 리비도인 섹스 에너지가 표면으로 나타나는 시기라고 하였다. 오디팔 단계에서 나타나는 성적 욕구에 대해서 부모님의 처벌이나 부모님의 무관심, 방치가 사춘기에 변태성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였다. 3세 - 5세 사이에 성욕구의 발달 과정에서 어려움으로 섹스 욕구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하여 부모의 아이양육의 올바른 지식과 과정이 아이의 올바른 성적 취향과 기준을 형성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피아노 치는 여자’를 선택한 이유는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큼 그 문학성과 표현력뿐만 아니라 세밀한 심리묘사와 주인공들의 내면과 무의식을 탁월하게 반영하여 쓴 걸작으로, 이미 프로이드의 심리 분석적 틀로 분석할 만한 요지와 가치가 있다고 널리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때문만이 아니라, 책의 저자인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실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머니에게 피아니스트로 자신을 키우려고 하는 많은 압력과 간섭을 하였으며, 실제로 그러한 강압 속에서 자신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살아왔다. 따라서 작가 본인의 삶의 경험과 환경을 작품을 쓰는 데 더 인물의 심리를 더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 쓸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피아노 치는 여자라는 작품의 주인공 분석에 더욱 매력을 느꼈고, 이 작품을 분석하기로 하였다.

피아노 치는 여자는 책과 이를 영화화 한 피아니스트라는 작품으로 만들어져 있다. 책을 정독한 후, 영화에서는 내가 이해하고 머릿속으로 상상한 장면들을 어떻게 스크린 속에 그려내었는지 알기 위하여 책과 영화 모두를 감상하고 분석 하였다. 영화는 책을 기본으로 하여 책에 충실하게 그려내었지만, 조금씩 원작과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책의 내용을 원칙적으로 따르나, 해석할 요지에 있어 필요에 따라서는 영화의 내용을 따르는 경우도 있다.

본문은 간략한 줄거리, 인물의 심리 분석, 에리카와 어머니의 관계 분석으로 크게 나뉘어져있으며, 에리카에 대한 분석은 에리카의 행동이 주 초점이 된다. 줄거리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발터 클레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에리카에 대한 이야기의 세부분으로 나뉘어 각자 인물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소개할 것이다. 그리고 인물의 심리분석 또한, 세부적으로 나뉘어져 에리카의 Masochism적인 면과, 관음증, 자아 분열적인 성향, Sadism적 성향으로 에리카의 행동을 나누어 구체적으로 분석할 것이고, 특히 sadism적 성향은 에리카라는 인물뿐 아니라 발터 클레머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어머니와 에리카의 관계 분석이 이어진다. 이번 분석의 중심적인 맥락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으로 드러났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도록 하겠다.

Ⅱ. 본론

A. ‘피아노 치는 여자’의 줄거리

1. 어머니

에리카 코후트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에 의해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칠 재능을 가진 천재 피아니스트로 정해졌다.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보호이자 감시를 받으며, 어릴 적부터 끊임없는 노력과 모든 자유 시간을 그녀의 어머니 아래에서 피아노에 쏟아야만 했다.

음악학원 선생인 에리카가 수업에서 마치고 돌아올 예정시간보다 늦을 경우 어머니는 분노에 가득 차고 딸이 돌아왔을 때, 분노를 표출하거나 폭력을 가하거나, 옷을 찢거나 자신이 베풀었던 배려를 거둬들이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응징한다. 또한 어머니의 기준에 합당치 않은 행동을 할까봐 데리러가거나, 수도 없이 전화를 한다.

어머니는 에리카와 수 십 년째 같은 침대를 쓰고 있다. 어머니는 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딸의 모든 것을 자신이 컨트롤 하고자 한다. 딸이 벌어오는 돈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쓰고자하며, 딸의 여가시간도 자신에게 희생해야한다. 어머니 자신은 모든 것을 에리카에게 희생하고 있으니 그 정도의 배려와 양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딸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였을 때는 손찌검을 하거나, 방에 자물쇠를 걸어 가둬두기도 한다. 또한 딸과 싸웠을 때는 자신의 죽음 타령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딸의 동정심을 자극하여 딸인 에리카에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갈구한다. 그의 아버지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에, 에리카는 어머니, 둘만이 함께 살아간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어머니는 딸의 남자관계에 지독할 만치 경계한다. 딸이 자신과 단둘만의 삶을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에리카에게 한순간의 열정에 빠져 재능을 갈고닦지 못하고 세월을 날려버린 후에 남자는 여자를 헌신짝 버리듯 떠나버릴 것이라며 위협적이고 남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세뇌시킨다. 그녀의 옷도 남성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고리타분한 옷을 입도록 강요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딸에게 남자가 생겨 자신이 뒷전이 되고, 양로원에나 가게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어머니의 딸에 대한 반응은 정상의 범위를 넘어 섰다고 명확히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비정상적으로 과민한 반응을 취한다. 딸을 때리고, 온갖 불쌍한 모습을 보이거나, 어떤 방법으로 딸의 마음에 자신이 생각하는 딸의 이상향을 제시하고 고집하며, 딸이 자신만을 향하도록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머리를 짜내어 딸에게서 희생을 쥐어짠다.

어머니가 딸의 관계에 몹시 민감한데, 그 남성과 여성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그 절정기인 시절을 이미 무사히 지냈다고 여기고, 어느 정도 남자에 관해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에리카에게 발터 클레머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2. 발터 클레머

발터 클레머는 에리카가 선생으로 있는 음악학교에서 제자인 학생으로, 공과대학생이지만 피아노연주를 가히 재능 있게 연주하는 학생으로, 금발에 푸른 눈을 가졌으며, 운동도 잘하고,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다. 그러나 여느 남학생과 달리 그는 자신보다 한참 더 나이가 많은 에리카에게 구애하고 있다. 그는 진정으로 에리카에게 평생을 바쳐 사랑하며 모든 것을 쏟아 붇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그저 이런 여자도 한번 쯤 만나보며 경험을 쌓고자 할 뿐이다. 다른 여자들을 비롯해 그녀에게서도 그저 각 유형의 여자를 체험하고 배우고자 할 뿐인 것이다.

클레머는 뭐든 배우고자 한다. 공대에 가서 공학도로서 배움을 가지고, 운동을 배우고, 피아노를 배우고, 나중에는 클라리넷을 배우고, 또 여자를 배우고 싶어 한다. 그렇게 배우는 과정일 뿐이다. 단지, 에리카라는 교양 있고, 자신이 능가할 수 없이 많은 음악적 지식을 가지고 자신의 선생이라는 지위를 가진 여성을, 자신의 우위에 있는 선생이 아니라 애인사이로 발전하여 한번 정복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자신의 선생이라는 점이 에리카를 정복하고 싶도록 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과정이 자신의 계획대로 끝나면 클레머는 더 나은 여자를 찾아 떠날 생각이다.

그러나 클레머의 구애에 에리카는 냉정하게 떨쳐내며 선을 긋는다. 인사로 하는 손에 키스조차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게다가 어머니라는 울타리가 그를 다가오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치고 있기까지 하다.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환심을 사고자 애쓰지만, 에리카는 그저 그를 부담스러워하고, 어머니와 같이 그의 끈질김에 대해 흉보고 싶어 할 뿐이다. 유혹하고자 하는 그녀가 자신에게 빠져들지 않자, 클레머는 점점 더 에리카에게 빠져든다. 꾸준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넘어오지 않자 포기하려 마음먹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에리카가 그에게 넘어올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치렁치렁한 장신구를 달고 오기 시작했다. 그저 클레머나 타인의 눈에는 우스운 패션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를 유혹하기 위한 것임을 클레머는 눈치 챈다.

그녀의 애정을 확인하자, 그는 그녀를 갖고자 하지만, 그녀는 그를 통제하려하며, 편지를 주고 거기에 쓰인 대로만 하라고 한다. 편지에는 온갖 해괴한 자신을 고문해달라는 글이 쓰여 있다. 그는 처음에는 그를 고문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미쳤다고 하며, 그녀의 집을 떠나버린다.

그런데 그녀가 직접 찾아와 자신의 편지에 대한 잘못을 빌며 애정을 갈구한다. 그녀와 청소용구 실에서 섹스를 시도하지만, 그는 발기를 하지 못한다. 그녀는 부질없는 그의 계속된 시도에 결국 구토를 하고 만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해서 그를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위로를 하고자 한다. 다음번에는 더 잘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수치심과 분노에 겨워 그녀에게 역겨운 냄새가 난다고 도시를 떠나라고 하며 모욕감을 준다.

그는 그때의 수치심으로 인해 그녀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그의 내면적 폭력성을 한없이 끌어내고자한다. 공원을 돌아다니며 희귀한 새를 찾아 잔인하게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새를 찾아 공원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만, 자신의 안위가 걱정되어 다시 빠져나온다. 그렇게 공원을 헤매다 10대 커플의 섹스 현장을 발견한다. 그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위협하자 그들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여 기가 죽어 움츠러들고 반항하고자 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클레머는 더욱 자신감에 차 그들을 위협하고 그들이 도망간 후 남아있는 외투를 짓밟으며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곧장 에리카의 집으로 찾아가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의 집 옆에서 자위를 하고, 그녀의 집에 들어가 그녀를 폭행하고 강간한다. 그리고 유유히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로 되돌아간다.

3. 에리카 코후트

정신병원에 수감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만 함께 살며, 어머니에게 억압받고 간섭받으며 어머니의 울타리 내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외부와는 어머니가 철저히 차단시킴으로써, 자신의 피아노에 대해 불평하는 이웃의 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으며, 타인들의 칭찬만을 전해 들으며, 어머니의 떠받듦에 길들여져 살아왔다.

짧은 미니스커트나 남자와의 관계 같은 다른 젊은 보통의 여자들이 모두 누리는 것을 어머니에 의해 금지당하여, 스스로 그러한 옷들을 천박하고 경박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끊임없이 어머니가 못 입게 할 옷들을 사 모은다.

후미진 동네에 포르노 영화를 보러가고,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가지 않고, 일부 남성들만이 출입하는 동전을 넣고 여성들의 나체를 보는 곳에 가거나, 산에서 밤에 볼 수 있는 망원경으로 섹스 하는 커플을 찾아 훔쳐보는 자신의 품격과 교양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일삼는다.

자신 스스로 면도칼과 빨래집게 등 갖은 도구로 자신을 자해하여 자신을 괴롭힐 뿐만이 아니라, 만원버스에서 타인들을 꼬집고 몸으로 밀치고, 포르노포스터를 구경하던 자기 제자들을 기다렸다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등, 갖은 방법으로 타인을 괴롭히고, 물건을 훔치거나 하는 범행을 저지르며, 스스로 걸려서 처벌받기를 내심 바란다.

자신의 환심을 사기위해 구애하던 클레머에게 자신과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법을 써서 편지로 주는데, 거기에는 자신을 고문하기를 애원하는 내용이 구구절절 방법에서 강도까지 쓰여 있다. 그녀는 그를 그의 욕구에 따라 자신을 가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자신의 바람이 맞추어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그 이후, 에리카를 상대로 한번 발기에 실패하고 수치심에 에리카를 찾아온 클레머에게 폭력과 성폭행을 당하고 나자, 그 다음날 에리카는 가방에 고기용 식칼을 넣고 클레머가 있는 학교로 찾아가지만, 그를 찌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어깨만을 찌른 채 피를 흘리며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되돌아간다.

B. 에리카에 대한 분석

정신분석학자들에 의하면, 변태성욕은 부모의 섹스에 대한 무지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 또한, 변태성욕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 아니고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섹스 욕구는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라 볼 수 있으나, 섹스 행동은 후천적인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아 형성되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변태 성욕은 사랑하는 모습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랑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변태성욕자 본인은 성기를 통한 쾌감을 느끼지만, 상대방은 고통과 불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서로에게 정상적인 성관계가 이루어져야만 정상적 섹스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리카는 소설 전반에서 변태성욕과 정신분열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그 특성에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와, 그 원인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Masochism

무능력한 아버지가 정신병원으로 가고, 아버지 없이 살아가면서, 어머니의 같은 침대를 쓴다. 이는 무의식중에 자신이 어머니의 파트너라고 생각하게 하였으며, 어머니의 파트너 역할이 되기 위해서 에리카 자신을 남성화시키게 된다. 어머니를 파트너로 생각 하는 에리카의 무의식과 이러한 과정에 도달하는 에리카를 키우는 어머니의 과정에서 에리카가 가지게된 Masochism적인 성향의 원인을 알 수 있다.

Masochism은 섹스 시 상대방에게 자신을 학대하기를 요구하며, 고통을 받아야 오르가즘에 도달한다. Masochist중 여성이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편견과 문화적인 요소들 때문에 수동적으로 섹스에 접근하도록 압력을 받고, 타인에 의한 강제적 성관계를 당하는 것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에리카의 masochism적인 면은 소설의 곳곳에서 계속해서 드러난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기를 부탁하고 그 고통의 종류와 정도를 나열하였으며, 다양한 퇴폐적이고 천박한 언어들로 자신을 모욕하기를 바라고 부탁하는 편지뿐만이 아니라, “고통이란 쾌락, 파괴, 그리고 파멸로 향하는 의지의 결과인 것이다. 고통의 최고 형태는 일종의 쾌락이다. 에리카는 기꺼이 자기를 죽이는 한계까지 뛰어넘고 싶다.”, “그녀가 계획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중에 누군가에게 발각되어 끔찍한 결과를 책임지게 되기를 은근히 바란다.” 와 같은 자신에게 처벌을 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은밀하지만 계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따라서 에리카에게는 Masochism적인 성향이 다분하다 볼 수 있다.

UCLA의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인 Stoller에 의하면, 변태성욕은 자신의 섹스 주체성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한다. 변태성욕은 항상 남성 섹스 주체성과 여성의 섹스 주체성의 장애로 보며, 이러한 섹스 일탈은 주로 어떤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한 평생 동안의 시도로써 등장한 것으로 본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변태성욕은 불안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개인의 리비도 발달의 과거 역사 특히 그 개인의 가족의 역사에서 어떤 상처의 흔적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견해에 따라서 에리카의 섹스 주체성에 관하여 해석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들이 어릴 때에 무의식중에 아버지를 성관계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에리카의 경우에는 무의식적으로 어머니를 파트너로 생각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어머니와 딸이라는 모녀관계에서 성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인해, 근친상간의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죄의식은 초자아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되어 자신을 학대하고자 하는 것으로도 해석 할 수 있다. 자신에게 섹스 시 자신이 바라는 섹스파트너가 어머니임에 대한 죄에 신체적 고통이라는 처벌을 내려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치러 죄의식을 덜어내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에리카는 자신의 몸의 여성적 성기를 적확한 용어로 부르지 않고, 구멍이라 칭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주인공인 에리카가 자신의 여성성을 부정하는 느낌을 표현하려 한 것이다. 이 구절은 자신이 어머니의 파트너로서 남자역할을 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생각할 수 있다. 어머니의 파트너로 남성이어야 하는데 여성의 성기가 있으면 안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여성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적으로 남성의 지시에 따르거나 상호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남자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주도권 하에 섹스를 하고자 한다. 그래서 마치 자신이 컨트롤 당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하게 하도록 편지를 써서 파트너에게 주고, 실제로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섹스 시에 직접적인 폭력을 상대방에게 휘두름으로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을 말을 듣고 그대로 행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컨트롤 하고자하며, 그렇게 자신의 마음대로 상대방을 자신의 인형처럼 조종하며 자신감을 가진다. 사디스트와 달리 자신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컨트롤하는 것을 즐긴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고통을 주지만 그 고통은 자신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데, 소설속의 “그녀는 자신이 악기에 불과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을 그에게 가르치는 건 바로 악기인 에리카 자신이다. 그는 자유로워야 하고, 그녀는 완전히 묶여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녀를 결박하는 도구들은 에리카 자신이 결정한다.” 라는 구절에서 절실히 드러난다. 또한 작가의 전지적 시점에서 말하는 부분인 “그녀의 지배자가 된다 해도, 사실은 결코 그녀의 지배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가 올바로 이해했단 말인가?” 라는 부분에서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에리카 그녀가 복종하는 듯이 보이며, 일차적으로는 가해자인 클레머 또한 에리카를 지배한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만약 클레머가 그녀의 말에 따라 편지에 따라, 고분고분 말을 듣는다면 클레머는 에리카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클레머가 원하는 일상적인 피아노 선생과 제자의 사이를 뛰어넘고자 하는 욕망은 그녀의 요구에 따라서 그녀를 지배할 경우 결코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Masochist의 전형대로 에리카는 그녀가 원하지 않는 고통에서는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는다. 단지 컨트롤 할 수 있는 고통만을 원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에리카의 방으로 찾아왔던 날 밤, 에리카의 지시가 아닌 클레머의 마음대로 휘둘렀던 폭력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 신음소리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