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머가 억지로 에리카의 뺨을 때려 섹스의 흥분이 아닌 다른 신체적 고통에서 쥐어짜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볼 수 있다. 자신의 통제 하에 있지 않은 고통은 원하지 않는 것이다. Sadist 와 Masochist들이 같이 살 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이다. Masochist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고통을 가하게 하여 상대방을 컨트롤 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지, 무차별적이고 예견되지 않으며 통제밖에 있는 고통에는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변태성욕자의 특징은 섹스 시에만 그들의 변태적인 성향이 드러날 뿐, 평소에는 그러한 모습과는 다른 정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에리카 역시 평소에는 주변을 무시하고, 슈베르트와 슈만을 연주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음악인들이 몰려드는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의 음악선생이다. 어머니의 강요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시대가 가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클래식한 차림새를 하고 다닌다. 어떤 방면으로 보든, 변태성욕자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인간의 지위와 행동거지를 지니고 있다.

3.관음증

관음증은 섹스 장면을 엿보는 병이다. 남성이 많기는 하나, 여성들도 더러 볼 수 있다. 에리카의 경우에는 포르노영화, 동전을 내고 보는 여성의 알몸, 산에서 연인들의 밀애장면 등 타인의 섹스를 보는 것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 에리카의 관음증적인 증세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오디팔기에는 아이들이 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부모와 함께 잠자리에 들어서 잠에 들지 않거나 얕은 잠에 들었을 때 부모가 아이가 깊은 수면상태라고 오인한 상태로 성관계를 가지게 될 경우 아이는 부모의 섹스 장면을 보고 성 욕구에 심리적인 상처를 받는다. 부모가 아이에게 자극을 주면서 보지 못하게 하여 아이는 섹스 장면을 보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책에는 그러한 내용은 빠져있었지만, 3-5세란 매우 어린 시절이기 때문에 부모의 섹스 장면을 봤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기 마련이다. 에리카는 어머니와 지속적으로 같은 침대에 지냈기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섹스장면을 봤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보고 싶다는 욕구에 상처를 받아 관음증을 가지게 되어, 성인이 된 에리카가 계속해서 그 상처에 의해 관음증의 증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오디팔기에는 또한 아이가 자신의 성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되는 기간이기도 하다. 정신병을 가지고 세 가족 사이에서 소외된 아버지가 아닌 자신이 어머니의 파트너라고 생각하여, 자신을 남성화 한 것이다. 그래서 여성의 알몸을 돈을 내고 본다든지 하는 다른 남성이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3.정신분열

에리카는 자신이 원하는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것 같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을 거부할 경우, 에리카는 클레머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존재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려는 그의 애정에 늘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폭력이라는 조건 하에서만 그는 에리카를 획득할 수 있다. 그는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에리카를 사랑해야 하며, 그녀 역시 자기를 부정하면서까지 그를 사랑해야 한다.” 라는 부분이나, “그녀가 편지에서 세부사항에 이르기까지 요구한 일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자신이 요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란 구절, “기쁜 마음으로 그는 힘차게 그녀의 따귀를 때려야 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당신에게 미리 감사하는데, 제발 나에게 고통을 주지 마’ 행간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은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녀는 클레머가 자기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을 행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것들을 주장 하면서도, 그가 그걸 거부하면 본질적인 사랑의 대답을 그에게 보상으로 선사할 생각이다.” 같은 클레머에게 자신에게 고통을 달라고 애원하는 부분에서 또한 에리카는 클레머가 사랑으로 인해 자신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면에 지니고 있다. 그는 에리카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고통을 주어야한다. 클레머가 편지의 내용대로, 애원하는 대로 실제로 그녀에게 고통을 준다면, 그녀는 본질적이고 진정한 사랑을 주지 않을 것이다. 고통을 애원하면서도 원치 않는다. 에리카의 이러한 이중적이고 자아가 혼돈된 모습에서 정신 분열적 측면을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녀는 수업시간에도 “수업시간에 그녀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지를 하나씩 차례로 꺾어 버린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속으로는 순종하고 싶은 강력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걸 위해서 집에 어머니가 있는 것이다.” 라는 구절에서도 외적으로 강한 모습을 하나 내적으로는 복종하고자하는 이중적인 측면을 보인다.

UCLA의 정신과 교수인 그로트스테인에 따르면 정신분열증 환자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지닌 예민함과 지각 결함으로 인해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하고자 심리적 기능을 약화시켜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파괴적 소망과 충동 때문에 지각을 미성숙하게 방출 시켜 버린다. 고로 심리적 기능이 취약하게 되어 버릴 뿐 아니라 파괴적, 폭력적 성향과 충동에 의해 지각을 미성숙하게 방출한다. 그래서 심리적 기능이 취약해져 버리며, 몹시 미성숙한 방어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 미성숙한 방어는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으며, 이렇게 사고 과정을 파괴시키는 것을 가리켜 ‘선택적 지각’ 이라고 부른다. 자신에게 위험한 지각은 스스로 파괴 시켜서 느끼고 상상하고 이미지화 하는 과정을 스스로 파괴한다. 감각 데이터를 의미로 바꾸는 과정을 스스로 파괴해 버린다는 의미다.

그리고 또 다른 정신 분석학자인 Ogden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자아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고 한다. 생각 없는 소용돌이의 혼란에 빠져 있으며, 느낌이 없고, 생각도 할 수 없고, 상상이 없을 뿐 아니라, 이미지화 할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자아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그들의 사고 능력을 파괴한다. 경험을 기술하고 분류할 능력이 파괴되며, 경험으로부터 어떠한 지식도 체득할 수 없다. 느낀 것들이 사고 이전에 파괴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의 파괴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만성 정신분열증 환자는 단순히 무엇에 대해서 느끼고 있는지를 모른다고 말한다.

에리카의 경우에는 자신을 억압하기를 바라지만 바라지 않는 이중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억압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경우, 1장인 Masochism편에서 설명하였듯이 자신을 죄인으로 인식하고 체벌을 가해 도덕심에 대해 가책을 덜기 위한 무의식적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또한 자신에게 어릴 적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인한 타인 공격적 성향의 Sadism과 자신의 죄에 대해 처벌을 가하려 하는 Masochism과 또, 자신을 사랑해주고 보호하며 위협하지 않기를 바라는 성향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데, 정신 분열적 성향 때문에 에리카는 어떤 것에 대해 경험적으로 체득하는 것이 어렵고, 마음속에서 어느 한쪽으로 일치를 보지 못하고, 이중적이고 자아 분열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Sadism - 에리카 코후트, 발터 클레머

sadist들은 파트너를 마음을 가진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보기 보다는 감정이 없는 물건으로 취급한다. 일반적으로 대인관계는 상호간의 교류관계가 전제되는데 비해 Sadist들의 특징은 상호간 관계가 아니라 상대방을 강압하여 얻어내는 일방적인 관계이다. 이것은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데에서 비롯한다. 자신의 자아 결함을 수리하려고 하는 방어가 그 시초가 된다. 어린 시절에 존경받고 인정받지 못한 것, 모욕감, 수치심을 수리하기 위해서 파트너가 자신을 존경하게 만들 게 하려는 강제적 행동으로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존경을 얻어내고, 인정받는다. 이런 순간 자신의 성기가 발기되고 원활한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존경과 인정을 받는 순간이 아닌 열등감, 모욕감 속에서는 발기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즉, sadism은 상대를 무력으로 제압하여 얻는 승리감속에서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어느 정도 선천적인 공격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어린이들이 서로 때리는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것이나, 남의 고통을 보고 도와주지 않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현대에도 여전히 많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Sadism은 에리카에게서도 다분히 들어나지만, 발터 클레머라는 인물에게서 더 확연하고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에리카에 대한 분석에서 따로 떼어내어 Sadism을 새로운 장에서 각각의 인물이 가지고 있는 Sadism적 성향에 대해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먼저 에리카의 Sadist로서의 면모를 살펴보겠다. 에리카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기분 해소나 즐거움을 위해서 고통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으로, 만원버스에서 타인의 다리를 꼬집고, 또는 언어적으로 제자들의 어설픈 피아노연주에 모욕감을 주거나, 타인의 코트에 유리컵을 깨트려 그 조각을 주머니에 넣어서, 옷의 주인에게 일부러 고통을 주기도 한다.

에리카의 Sadism적인 성향의 원인은 그녀의 어릴 적에 행해진 어머니의 진정성이 결여된 애정이라고 볼 수 있다. 어머니는 에리카가 어릴 적에 그녀가 피아노를 칠 때 손 자세가 옳지 않을 경우 그녀의 손을 때렸으며, 항상 어머니의 손에는 술병과, 그걸 다 마시면 또 다른 색깔의 술병을 집어 들었던 것을 잊지 못한다는 에리카의 회상 장면이 있다. 뒤에 어머니의 고백처럼 어머니는 딸이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마음대로 딸을 휘두를 뿐이었고, 딸의 주파수에 맞춰서 대화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에리카에게 관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였다. 이러한 어머니의 딸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따듯한 애정의 결여가 에리카를 Sadist로 만든 것으로 분석되어진다.

두 번째, 발터 클레머 역시 생각과 행동에서 그의 Sadist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내비췄다. 타인을 사랑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복의 대상으로 여긴다. 뒤로 갈수록 점점 더 Sadist적 면모가 매우 절실히 드러났는데,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분은 힘없는 동물을 학대하여 죽이고자 헤매이는 장면을 비롯하여, 속수무책의 커플을 위협하며 쾌감을 느낀다던가 하는 구체적으로, “여기까지 와도 새는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거의 희망을 포기할 무렵에 예기치 않게 마침내 뭔가가 나타난다. 상당히 진척된 성적 욕구의 단계에서 뒤엉켜 있는 한 쌍이다.…중략…클레머는 큰 소리로 거친 욕설을 퍼부으며 마음속 아주 깊은 곳으로부터 힘찬 고함을 끌어내고 있다. 두 사람이 대꾸를 못 하고 있으니 그는 점점 자신감이 생긴다. ” 라는 장면이나, 에리카에게 구애할 때, 자신의 컨트롤 하에 두고자 하는 점이나, 마지막에 에리카를 제 멋대로 폭력으로 대하는 장면에서도 그의 sadism적 성향을 알 수 있다.

Sadist가 무릇 그러하듯, 그는 이러한 억압이나 폭력, 자신의 컨트롤 하에 있는 상대방에게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감이 충분하게 가지지 못할 경우, 발기가 되지 않는다. 에리카가 찾아와 청소용구 실에서 에리카와 성관계를 맺을 때에 아무리 노력해도 클레머는 발기가 되지 않았다. 클레머는 에리카에게 섹스 시에 이런저런 행동을 하라는 지시가 적힌 편지를 받았고, 거기에 대해서도 충분한 확신과 자신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되며, 에리카는 그 당시 그를 어르고 달래며 다음번에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등등의 말을 하였는데, 이러한 클레머의 자신의 내면적 사고와, 에리카의 편지를 통한 지시와 섹스시의 격려하는 것 같은 태도에 의해 파트너에 의해 우위에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상대방의 지시 하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Sadist는 상대방을 억압하여 두려움에 떨게 함으로서 승리감에 도취되어야 섹스가 가능한데 비해, 열등감이나 모욕감속에서 발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인 클레머가 에리카의 아래에 있다는 열등감 속에서 발기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에리카의 편지에 따르거나 그녀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채 그녀를 비웃으며 행하는 폭력에 에리카가 공포를 느끼며 무력함을 느낄 때에는 그는 그 전에 실패했던 발기에 성공한다. 즉, 파트너가 자신에게 사로잡혔고, 자신이 우위에 있어 무력으로 존경과 인정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에리카와 클레머 둘 사이의 관계에 조명해 보았을 때, 이들의 관계는 서로 이루어 질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에리카는 Sado-masochist 적 성향을 띄고 있고 특히 Masochist적인 증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클레머는 확연한 Sadist 로 보인다. Sadist와 Masochist는 한명은 폭력을 행사하면서 쾌감을 느끼고, 다른 한명은 맞으면서 쾌락을 느끼기 때문에 서로 잘 맞을 것이라 오해하기도 하지만, Masochist는 분명하게 자신이 지시하고 예상 가능한 고통만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공포에 질려야 성적 흥분을 하는 Sadist와는 함께 섹스를 할 수 없다. Sadist 또한 Masochist가 시키는 대로의 고통만을 상대방에게 선사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이 공포에 질려 자신에게 존경을 느낀다고 생각함으로써 자신감을 얻는데, 자신이 상대방의 지시에만 따라 고통을 주는 경우 상대방은 자신에게서 위협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서로에게 맞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