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서론

 모든 인간이 일생에 한 두 번 노이로제(신경증) 증세로 고통받은 일이 있거나 현재에도 그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내재도어 있는 듯 하다.

 나 조차도 무척 우울해 의욕을 잃거나 심한 두통과 소화불량 불면증에 시달린 경험을 한번쯤 가지고 있다. 다양하고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평생동안 완벽한 정신건강 상태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보다도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라는 영화에서는 강박 신경증을 가진 소설 작가와 일 순간에 삶의 나락에 떨어져 우울증에 걸린 화가, 절망감과 허망감 우울함에 괴로워하는 웨이츄레스의 심리 상태와 성격장애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엿 볼 수 있다. 아이나 어른이나 성격적인 문제가 있으면 살아가면서 더 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겪에 마련이다. 그럭저럭 적응하고 살아가는 경우에는 개성이나 그 사람의 특성이라고 부르지만 그 정도가 심하여 지속적으로 혹은 반복적으로 적응상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주인공 유달은 융통성이 없고 부적응적인 사고 및 행동 방식, 괴기하고 기이한 행동 특징을 가지는 성격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어느 인간의 심리상태나 성격을 이해함에 있어 주관적인 잣대에 너무 치우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이 정신병을 가진 이들이 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영화 인물들의 상태를 조심스럽게 알아보기로 하였다.

 우선 이 영화의 줄거리를 살펴 본 후 장면마다 보여지는 인물들의 심리를 알아보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 차례 비디오를 시청하고 관찰하였으며 19개의 장면들로 나누었다. 장면마다 나타나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는 전문도서를 참고로하여 알아보기로 하였다.

Ⅱ 본론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라는 영화의 줄거리를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 작가인 멜빈 유달은 모든 이웃들이 꺼려하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영화의 시작은 이웃에 사는 화가 사이먼에 강아지 베델과의 심리적으로 펼쳐진다. 유난히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는 유달은 복도에 오줌을 싸려는 버델을 쓰레기 통 안으로 던져 버린다. 이를 알게된 사이먼이 그에게 찾아오지만 소설 쓰기에 전념하고 있던 유달은 괴변을 늘어놓으며 사이먼을 쫓는다. 유달은 항상 지정된 식당, 지정된 좌석에서 똑 같은 음식을 먹어야한 한다. 자기만의 플라스틱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고 다니는 유달을 웨이츄리스 캐롤은 무신경하고 차갑게 대한다.

 대화 도중 캐롤의 아들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그녀의 아들이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게 된다. 한편 옆 집에 사는 화가 사이먼은 길거리 불량배를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리다 그들의 패거리로부터 강도를 당하게 된다. 얼굴과 몸에 심한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한 사이먼을 대신해 그의 친구 프랭크는 베델을 강제로 유달에게 맡긴다.

 버델과 지내게 되면서 금방 정이 싹트지만 사이먼이 퇴원하자 헤어지게 된다. 헤어짐에 슬퍼하며 자신을 위로하지만 끝내 울어 버리고 만다. 그렇게 버델로 인해 감정적으로 혼란할 때 캐롤마저 식당에 나오지 않게 되자 유달은 괴로워한다. 캐롤의 집을 찾아간 유달, 캐롤은 아들 때문에 직장을 집 가까운 곳에 얻으려하고 유달은 계속해서 그녀가 식당에 나와야만 한다고 고집한다.

 이에 유달은 자신의 책을 출판하는 사장의 의사 남편을 캐롤의 집에 보내 아들 스펜스를 진료 받게 함으로써 캐롤이 식당에 나올 수 있게 한다. 고맙지만 유달의 진심을 알 수 없는 캐롤은 혼란스러워 한다.

 한편 사이먼은 전시회에서도 실패하고 집과 재산을 모두 잃을 처지에 놓인다. 그가 살길은 볼티모어에 계신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 데려다 주길 부탁하고 캐롤과 함께라면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승낙한다. 유달과 캐롤, 사이먼의 영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여행 도중 사이먼의 슬픈 어린 시절 이야기에 강한 모정을 보이는 캐롤과 이를 질투하는 유달, 하지만 캐롤이 데이트 신청에 유달은 매우 기뻐한다. 게 요리를 먹으러간 식당에서 유달의 감미로운 말에 캐롤은 대담하게 애정 표현을 하지만 뜻 밖의 엉뚱한 말에 캐롤은 식당을 뛰쳐나간다. 호텔에 도착한 캐롤은 사이먼의 방에서 사워를 하게 되고 이를 지켜본 후 영감을 받은 사이먼은 화가로써의 정열과 자신감을 되찾으며 캐롤이 누드 그림을 그려 나간다. 자신감을 얻은 사이먼이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 뵙지 않아도 되자 일행은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집을 잃게 된 사이먼을 위해 유달은 자신의 집에 방을 준비해둔다. 한편 캐롤은 언제나 빗나가는 유달과의 사이에 화가 나고 유달은 알 수 없는 감정에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사이먼이 유달에게 힘을 주고 캐롤을 찾아간 유달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두 사람은 깊게 포옹하며 새벽거리를 거닌다.

 이상이 영화의 줄거리인데 조금 더 세심하게 장면을 나누어 보면 인물들의 성격을 알 수 있다.

A 장면 1

 아파트 복도에 오줌을 누려는 버델을 쓰레기 통에 넣은 후 집에 돌아와 문 잠금쇠들을 5번씩 확인을 하고 문을 닫는 유달. 끼고 있던 가족 장갑을 벗어 쓰레기 통에 던져 버리고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에 비누로 손을 씻는다. 한번 쓴 비누는 역시 쓰레기 통에 버리고 새 비누를 꺼내 손을 씻는다.

분석: 이 장면은 강박 신경증 환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강박장애에 포함되는 강박 신경증의 기본 양상은 반복되는 강박적 사고나 강박적 행동이다. 대부분의 강박 행동은 깨끗이 하는 것(특히 손을 씻는 행위), 위험해질 만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 또는 질서정연, 청결 등에 관계된 행동이다.

 강박 신경증은 신경의 이상이 아니라 정신증보다 증세가 가볍고 자기가 병이라는 것을 알고 일상 생활을 수행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강박증의 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유달이 베델을 쓰레기 통에 버릴 정도로 싫어하는 이유는 배설물, 동물, 곤충에 대한 혐오감에서 기인된다. 또 오염에 대한 강박 관념으로 혹시나 질병을 일으키진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한번 쓴 장갑과 비누 마져도 버리고 뜨거운 물에 여러 번 손을 씻는 결벽증 증세를 보인다. 그리고 문 잠금쇠를 5번씩 돌려 위험해질 만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이러한 병적인 의심 및 확인도 강박증의 증상 중 하나이다. 그밖에 물건이 바로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균형 또는 정확성에 대한 욕구 및 강박 행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유달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과 대적하지 못할 때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불안감을 제거하려고 하는 방어기재를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 프로이드의 방어 기재를 발달 시킨 Geogre Vailent도 신경증적 방어 기재는 스트레스를 받은 성인, 강박 장애 및 히스테리 환자 등에서 사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B 장면 2

 타인들의 행보를 의식하지 않고 깨끗한 보도 블록만 골라서 걷는 유달. 자신의 전용 좌석에 앉기 위해 그 자리에 앉은 이들에게 욕설로 협박하는 유달. 좌석을 빼앗은 유달은 주머니에서 비닐 랩에 싸인 포그와 나이프를 꺼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반숙 셋, 소세지 둘, 감자 튀김, 베이컨, 커피 등의 같은 음식만 주문한다.

분석: 여기에서도 깨끗한 보도 블록만을 골라서 걷는 결벽증을 보이며 자신이 앉아있는 좌석에만 앉으려는 사물에 대한 강박적인 속박이 나타난다. 감염이 되어 질병을 일으킬 것 같은 염려 때문에 자신만의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고 다닌다.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항상 같은 음식만을 시키는 것은 균형 또는 정확성에 대한 욕구 및 강박 행동으로 물건이 바로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도 블록을 선별하여 걷는 것도 지나치게 규칙과 기준에 얽매이는 강박성향들이다.

 융(C. G. Jung)은 정신의 4 기능과 기능 유형을 나누었는데 유달의 경우는 지나치게 내향적 직관형에 사로 잡혀 강박적으로 의식을 자극하고 있는 듯 하다.

 이 형에서 흔히 보는 신경증은 강박 신경증으로 건강염려증, 감각 기관의 과민 상태, 혹은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강박적인 속박 등의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융은 이 형의 사람들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도덕성을 보기가 아렵다고 하였는데 유달이 자신의 좌석을 뺏기위해 하는 공격적인 행동에서, 타인들의 행보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만 가는 장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C 장면 3

 사이먼의 사고 후 강제로 버델을 맡게된 유달. "내 방엔 누구도 들여놓지 않았어" "넌 죽었어, 내 집에 개밥 따윈 없어, 주는 대로 받아억어."라며 버델에게 윽박지른다.

 분석: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좋지 않은 말을 하는 일차적인 강박 충동 상태를 보이는 유달이미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버델의 식사를 준비한다. 일차적인 강박 충동 뒤에 이차적으로 더렵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씻어내야만 하는 강박행동이 나타나는데 유달은 이차적인 상태까지 자신을 포위당해 고통스럽다.

D 장면 4

 식당에 버델을 데리고 가 식당 밖 길거리에 놓아둔 유달. "누가 훔쳐가면 어떻게 하죠?" 라는 캐롤의 말에 처음으로 좌석을 옮겨 앉는다. 버델을 바라보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유달. 식당에서 나와 자신의 걸음걸이를 따라 보도 블록을 걷는 버델에게서 매우 친근감을 느낀다.

분석: 쉽게 버델에게서 정을 느끼는 유달은 오랫동안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었으며 자신을 이해하는 이를 필요로 하였던 것 같다. 사랑에 관한 소설을 쓰는 소설 작가이지만 사랑에 몹시 결핍되어 있었던 것이다. 버델에게 "나처럼 되면 안 돼, 남들 따라하지 말고 살아." 라고 말 한 것은 그의 강박 신경증 증세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하는 듯 하다. 그의 강박 신경증 증세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하는 듯 하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유달의 아버지가 피아노를 못치면 회초리로 손을 후려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욕심이 유달을 힘들 게 한 듯 하다.

프로이드는 항문기적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이 강박 신경증이라고 말하였는데 질서정연, 완벽함, 결벽성, 외고집 등은 항문기 성격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아는 부모로부터 자신의 쾌감을 연기하는 훈련을 받게 된다. 만일 부모가 대단히 엄격하고 억압적으로 훈련하게 되면 성인이 된 뒤에도 고착 현상이 일어난다. 이 처럼 부모의 항문기 배변 훈련은 성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학대하고 가혹하게 대했던 부모에 대한 자녀의 증오는 결과적으로 과도한 고집과 완고한 성격의 소유자로 만들기 쉬우며 깔끔하고 깨끗한 성격, 시간 관념의 철저와 소심성 정돈과 예의 범절에 대한 집착성 등 배변에 대한 부모로부터의 요구에 지나친 복종에서 나오는 성격 특징이다. 그리하여 강박적 성격의 형성 원인은 항문기와 결부된 리비도에 대한 반대행동 형성과 승화에 있으며 항문기 성격과 관련이 있다. 무엇이든 잘해야 하고 완벽해야 만족했을 그의 아버지가 연상되며 그러한 성장 과정에서 받은 압력과 스트레스로 강박 신경증을 가지게 된 듯하다. "나처럼 따라하면 안 돼, 남들 따라 하지 말고 살아."라는 말은 남들처럼 잘 되기 위해서 쫓아가는 사람으로 길들려진 자신의 현재 문제에 대해 못 마땅해 하는 유달의 마음을 엿 볼 수 있다.

 융(Jung)은 신경증 증상이 어딘가 의식의 태도에 잘못이 있거나 무엇인가 불충분하여 의식의 변화와 보충을 요한다는 신호라고 말하였는데 유달에게 불충분하여 의식의 변화와 보충을 요한다는 신호라고 말하였는데 유달에게 불충분한 것은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인 듯 하다. 어쩌면 유달은 지나친 자기애에 빠져 남들과도 멀어지고 남을 사랑할 줄도 몰랐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버델은 유달의 마음을 조금이나 열게한 기폭제 역할을 한 것 같다.

E 장면 5

 프랭크가 찾아와 사이먼이 퇴원을 했으니 버델을 데려갈꺼라고 말한다. 큰 상실감에 "견딜 수 없어."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하지만 흐느끼는 유달. 결국 사이먼이 버델을 데려가고 유달은 흐느껴 운다. 정신적으로 혼란해진 유달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지만 2년 만에 찾아온 그를 의사마져 냉대해 버린다. 식당에 캐롤이 나오지 않은걸 알 게 되자 소란을 피우는 유달. "오늘 하루는 완전히 망가져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캐롤의 집을 찾아가 "시장해요. 당신 땜에 꼴딱 굶었소." "이건 심각한 상황이니 냉정하게 말하리다."라고 엉뚱한 말을 한다.

분석: 유달에게 있어 버델은 강박 신경증에서 오는 불안과 혼자 있어 생긴 공허감에 대한 충족 대상이자 처음으로 마음을 열어본 대상이었다. 이런 버델이 떠나자 상실의 아픔과 함께 정신적으로 균형이 깨진 것에 대해 무척 불안해한다. 의사를 찾아갔지만 그를 냉대하는데 병원에 찾아온지 2년이나 되었음을 시사하는 대화로 볼 때 유달은 계속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강한 강박 신경증을 가진 이들에게 약물 치료는 필수적이지만 이를 거부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식당에서 소란을 피운 후 "오늘 하루는 완전히 망가졌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감정 조절이 전혀되지 않으며 캐롤의 집에 찾아가 대뜸 "시장해요. 당신 때문----"라고 하는 것은 자기 상황에만 집착하여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자신의 규칙들이-- 캐롤이 있는 식당에서의 식사-- 망가져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