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장면 6
캐롤의 집에서 나와 택시를 잡았지만 문을 열지 못하는 유달. 겉옷을 빼 문고리를 어떻게 잡아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이 때 케롤은 스펜스의 증세가 급해 병원으로 향하여 유달을 불러 세운다. 택시에 타기 전 아픈 아이에게 "기침 날 땐 입다물고 해."라고 말한다.
분석: 유달의 강박증세 특히 오염 때문에 질병을 일으킬 것 같은 염려로 인한 강박 관념과 결벽증 증세가 잘 나타나는 장면이다. 문고리를 잡거나 아이의 기침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해칠까봐 매우 염려한다. 스펜스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캐롤에게 "식당에 나올꺼죠?" 라고 말하는 것은 융통성이 없는 성격장애의 단면을 보여준다.
G 장면 7
출판사를 찾아간 유달. "당신 덕에 우리가 돈 번 것 인정해요."라고 출판사 사장이 말한다. 유달은 사장의 남편이 케롤의 집으로 직접 진료갈 수 있게 부탁하러 온 것이다. 사장은 "제 아들이 브라운 대학에 붙었어요."라고 하자 "용건이 끝났으니 들어가슈."라며 잘라 버린다.
분석: 융이 말한 정신의 4 기능과 기능 유형에서 유달은 내향적 직관형에 속하는 사람인 듯 하다. 이 유형의 사람은 어떤 장사가 내면에 잘될 것이라든가 어떤 사람의 그림이 장차 잘 팔리게 된다든가 하는 가능성이 있으며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또 구체적인 현실에 있어서의 가능성보다 정신 세계에 있어서의 가능성을 촉진하는 사람으로 선지자 예술인이나 시인 가운세서 발견된다고 한다. 유달은 소설 작가로써 꽤 성공한 사람이다. 출판사 사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명 잘 나가는 소설 작가 대열에 있는 사람인 듯 하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현실 감각이 극도로 결여되기 쉽고 외부적인 사실에 대해서 주의를 집중하고 이것을 충실히 기술하려는 노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무시해 버린다고 한다. 유달 역시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대학에 붙은 아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말을 무시하며 어떠한 이의 말에도 주의를 집중하지 않는다. 융은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에게서 강박 신경증이 흔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H 장면 8
캐롤이 집 앞에 도착하자 MD라는 자동차 번호판이 보인다. 무척 놀라 집으로 뛰어들어가 의사에게 마구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아들을 진료해 보기 위해서 온 의사인줄 알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친절하게 답해주는 그에게 고마워 어쩔줄을 모른다.
분석: 캐롤의 전반적인 삶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들 스펜스이다. 기관지 천식으로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사랑도, 직장도, 자신을 돌보는 것에 대해서도 모두 포기한 상태이다. 아들에 대한 극진한 모성애, 칙임감으로 인해 자신을 방관함으로써 캐롤 자신도 정신적으로 공허하고 항상 무엇인가에 쫓겨 앞만 보고 살아온 것이다.
I 장면 9
사이먼이 파산하게 되자 떠나게 된 청소부가 사이먼과 버델을 유달에게 부탁한다. 기꺼이 이에 허락하지만 "당신네 부류는 다 이래요. 작부가 남자를 유혹하듯 ---"하며 황당한 말을 내 뺃는다.
분석: 유달은 부분적인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융은 부분 인격은 콤프렉스와 본질적으로 같은 말이고 콤프렉스란 마치 물에 떳다 잠겼다하는 무자맥질 인형처럼 행동하며 요괴 같은 장난질에 흥겨워하는 것 같다. 그들은 사라에게 바로 틀린 단어를 혀끝에 오르게 하고 하필이면 소개해야할 사람의 이름을 기억 속에서 빼앗아가고 그들은 연주회에서 바로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곡이 연주될 때 기침을 하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노이로제(신경증)의 증상을 만드는 것도 콤프렉스의 작용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 부드럽게 대화하다가 일순간에 전혀 딴 사람이 되어 파출부에게 독설을 퍼붓는 유달은 여자에 대해서 콤프렉스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출판사에서도 여직원이 "어떻게 그렇게 멋진 사랑을 잘 알죠?"라고 묻는 말에 남자에게서 이성과 책임감만 빼어 버리면 여자야라고 일축하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달은 특히 여자에게 강한 콤프렉스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 제외 대상이 바로 캐롤인데 사랑의 감정이 모든 것을 감싸준 듯 하다.
J 장면 10
강도를 당하고 재산도 잃게 된 사이먼은 도움을 청할 친구들에게 전화해 보지만 모두 모른척 한다. 이에 비참한 사이먼은 낮에도 커튼을 쳐두고 집에서만 있는다. 이를 본 유달이 "저승 사자가 입맛 다시겠군--" 등의 말들로 사이먼을 화나게하고 격분한 사이먼이 유달의 얼굴을 치면 자신이 매우 고통스럽고 두렵다고 이야기 한다.
분석: 사이먼은 전시회에서도 실패하고 얼굴도 흉터로 얼룩졌으며 믿었던 친구들도 등을 돌린 상태이다. 하루종일 커튼을 쳐두고 비탄에 빠져있다. 사이먼은 자기에게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상실에서 오는 우울증에 걸려 있는 듯 하다. 자심감과 의욕도 없고 모든 것ㅇ데 흥미와 즐거움을 잃고 삶의 나락에서 떨어진 자신의 모습에 고통스러워한다. 이런 사이먼에게 유달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K 장면 11
사이먼에게서 "절대로 안자."라는 말을 듣고 새벽 3시까지는 자지 않고 뒤척이던 유달이 중국 스프를 들고 사이먼을 찾아간다. "내 인생에 있어 이렇게 피곤한 것은 처음이야." "한 잠도 못 잤는데 머리가 혼탁하고 내 정신이 아냐. 골칫거리가 생겼어."라고 말하는 유달.
분석: 유달에게 점점 사랑이란 감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건조하고 경직되어 있는 유달의 마음엔 그것이 정신이 괴롭게 하고 피곤하게 골칫거리에 불과한 듯 하다.
L 장면 12
아들 스펜스를 돌봐준 의사를 보내준 것에 대해 유달에게 감사 편지를 쓰는 캐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녀의 엄마는 편지 쓰는 것에 집착하는 캐롤을 이상하게 여긴다. "일찍 못 끝내면 미칠 것 같아." "기분이 아주 묘한게 바보 같던 긴장감은 사라지고 나를 돌아볼 시간도 많아졌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지."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왜 이렇게 내 인생은 빗나가기만 하는 건지."
분석: 캐롤은 어머니로써 딸로써 그 역할에 충실하게 순응하며 살아왔다. 특히 아들의 천식 때문에 더욱 더 가족에 대한 봉사 정도가 컸었다. 하지만 사정이 조금 나아지고 억눌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생기면서 절망감과 허망가, 고독감이 닥쳐오는 우울 증상을 보인다.
M 장면 13
볼티모어에 있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는 사이먼의 여행에 함께 동참하기 위해 가방을 챙기는 유달. 침대 위에 모든 필요 용품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고 각 상황마다 틀 수 있는 CD도 준비한다.
분석: 여성처럼 꼼꼼히 짐을 정리하는 유달은 모든 것을 질서정연하게 있어야만 안심을 하는 강박행동을 보인다. 이는 균형 또는 정확성에 대한 욕구 및 강박행동으로 나타난다. 또한 "분위기 잡을 때" "상황이 급박할 때" 등의 CD를 준비해 두는 모습에서 아이 같은 동심을 느낄 수 있다. 유달은 영원한 소년처럼 살고 싶어하는 어린 왕자 같다.
N 장면 14
여행을 떠나기 위해 승용차에 탄 일행들 뒷 자석에 앉은 캐롤을 위해 자신의 의자를 숨이 막힐 정도로 바싹 당기는 유달.
분석: 캐롤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보여주는 유달. 혼자서만 지내면서 자기만을 위해 살아온 유달에게 버델에 이어 캐롤이란 존재는 유달을 변화 시켜 나간다.
O 장면 15
호텔에 도착하여 캐롤의 데이트 신청을 받은 유달은 금방 사워하고 나오리가는 말과는 달리 아주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식당에 들어서기 전부터 들어가서까지 "게 있죠? 게 팔죠? 진짜요? 게 요리 있죠? 게 요리 진짜 있죠?"라는 말을 되풀이 한다. 평상복으로 레스토랑에 들어선 그에게 종업원은 여벌의 양복과 넥타이를 준비해 주지만 "만약에 하나 감염되면 어쩔지요?"라고 하며 새 옷을 사 입으러 나간다.
분석: 샤워를 너무 오랫동안 하는 것은 유달의 강박 신경증에서 오는 결벽증에 기인한 것이다. 씻고 또 씻어야만 안심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식당 앞에서부터 식당 안에 들어 서기까지 게 요리 있냐며 계속 물어보고 할만큼 이야기를 했는가 하면 다시 이야기를 꺼낸다. 이는 이야기를 듣는 이가 알아듣지 못했을 것 같아서 또 한번 다짐해 보는 것이다. 이 처럼 병적인 의심 확인 및 질문은 강박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또한 감염이 두려워 식당의 양복과 넥타이를 입지 않고 새로 사 입으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건강 염려증에서 온 것이다. 이처럼 유달은 모든 것에 의심을 하며 마음을 놓지 못한다.
P 장면 16
캐롤: 춤 출래요?
유달: 호텔서부터 어떻게 할까 생각했소! 싫어요.
캐롤: 칭찬 한번 해 봐요.
유달: 아주 멋진 칭찬이 있어요.
캐롤: 찬물 뿌릴까봐 겁나요.
유달: 나 같은 환자 50-60%가 약 먹으면 낫는데요.
캐롤: 왜 여기 데려왔죠?
유달: 당신을 호텔에 두면 혹시 사이먼과 잘까봐. 그냥 생각일 뿐이요. 생각일 뿐인데 그냥 튀어 나왔어. 나하고처럼 키스하면 그와 잘 어울릴 것 같았어.
분석: 강박 신경증 치료에는 약물 요법과 정신요법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유달이 약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은 병을 고치고자 하는 마음의 자세가 생겼다는 것인데, 여기에 캐롤의 관심이 함께하여 병이 진전될 기미를 보인다. 그러나 금방 효과를 보지는 못하는 듯 하다. 강박 신경증 장애는 여러 가지 관념, 음란하고 불경스러운 정신상의 문제 때문에 괴로워 한다. 캐롤을 호텔에 두면 사이먼과 잘까봐 걱정이 되는 것은 생각일 뿐인데 대화도중 말이 튀어나오고 결국은 데이트를 망치고 만다.
Q 장면 17
화가 나서 호텔로 돌아온 캐롤, 사이먼의 방에서 같이 자겠다며 들어온 캐롤이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벗었다. 잠자리에 들려고 침대에 누웠던 사이먼이 이를 보고 영감을 얻는다. 넘치는 자신감에 캐롤의 누드 그림은 계속해서 그려져 나간다.
분석: 절망감과 허망감, 고독감으로 인해 우울증을 가진 캐롤과 중요한 것들을 한 순간에 잃어 버린 상실감에서 우울증을 가진 사이먼은 서로에게 깊은 공통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여행 내내 그들이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아픔을 지닌대서 기인한 것 같다. 캐롤의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감과 화가로써의 열정을 되찾아 가는 사이먼, 우울증은 약물 치료보다 가족이나 주위의 보살핌이 더 큰 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 사이먼과 동시에 캐롤도 자신이 아직은 모델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자신의 위치가 건재해 있다는 것에서 우울증이 치료가 되고 있는 듯 하다.
R 장면 18
다음 날 아침 사이먼의 방문을 열어보고 캐롤과 함께 있는 것에 놀라며 "그녀와 했어? 둘이 했어?"라며 계속해서 묻는 유달.
분석: 역시 음란하고 불경스러운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유달. 계속해서 반복되는 질문으로 확인하는 그는 감정의 혼란으로 인하여 더욱 강한 강박 신경증 증세를 보이는 듯하다.
S 장면 19
사이먼에 심경을 고백하는 유달. "고통을 못 참겠어" "연구해 봐야겠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그녀가 내 몸을 빼앗아 갔어." 사이먼은 유달에게 힘을 준다. 캐롤을 찾아가 고백하라고 나가면서 문고리를 확인하는 유달 "문 잠그는 걸 까먹었어"라고 말한다.
분석: 유달은 아직도 사랑이 고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케롤에게 향하는 마음이 싫지는 않는 듯 하다. 문고리를 5번씩이나 확인하여 잠그는 그가 문을 잠그는 것을 까먹었다는 것은 증세가 많이 호전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버델, 케롤에 이어 오갈 곳 없는 사이먼에게 자신의 집을 제공하는 따뜻한 마음과 캐롤과의 사랑이 치료법이 되었던 것 같다. 강박증세가 마음 속의 불안이나 공허감에서 오는 것을 감안할 때 불안을 없애주고 편안함을 준 캐롤과 공허감을 메꾸어준 버델과 사이먼이 유달의 치료자가 된 것이다.
강박 신경증은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 태도에서 생긴 항문기적 성격의 고착에서 발생한 것이다. 강박 신경증의 치료가 약물 치료에서 효과를 본 것이 아니고 사랑을 하게 됨으로써 마음의 문이 열리고 감정을 회복하고 심리적 안정감과 편안함이 치료로 연결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Ⅲ 결론
이상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영화를 통해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살펴 보았다. 강박 신경증 환자인 유달, 재산과 사회적 위치를 잃은 데서 온 우울증에 걸린 화가 사이먼, 충실하게 사회적, 가정적 역할을 수행해오다 우울증에 걸린 캐롤이 주요 인물들이다.
강박 신경증은 강박장애에 포함되는 것으로 강박적 사고나 행동이 그 양상이다. 유달은 깨끗이 하는 것, 위험해질 만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과 음란하거나 불경스러운 마음에 고통스러워 한다. 또 모든 것이 질서정연해야 하며 의심스러운 마음에 계속하여 확인을 한다. 또한 그는 융통성이 없고 부적응적인 사고 및 행동 방식, 괴기하고 기이한 행동으로 성격적으로 장애를 겪으며 힘들어한다. 캘롤은 강한 모성애를 지니고 딸로써 어머니로써 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 나가지만 자신을 돌아보며 허망감과 고독감에 쌓이지만 유달과 사이먼과의 만남은 그녀의 삶에 변화를 준다.
사이먼은 화가로써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일순간 모든 것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다. 그러나 캐롤에게서 열정을 되찾게 되면서 정상화 되어간다. 이들 각각의 만남은 서로에게 또 자신에게 도움을 주며 사랑을 나누면서 자신을 껴안을 수 있게 된다. 어떠한 심리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의 생활사나 가족관계, 환경의 영향력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영화에서 화면으로만 바라본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야기를 엮어 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보면서 물질만능을 추앙하고 미래의 성공만을 쫓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진정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인 듯 하다.
참고문헌
슈나이더(1996). 임상정신 병리학. 서울: 일조각
서봉연, 이순형(1983). 발달 심리학. 서울: 중앙적성출판사
세계보건기구(1998). ICD-10: 정신 및 행동 장애. 서울: 일조각
이부영(1999). 분석 심리학. 서울: 일조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