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클레어
자말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는 존재
클레어는 자말의 전학 간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자신을 이방인처럼 취급하고 그 자신 또한 낯선 학교였지만 클레어가 있었기 때문에 자말이 학교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듯 하다. 만약 클레어마저 없었다면 자말은 자신을 조롱하는 편견 섞인 시선들을 견뎌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소녀다. 예쁜 외모에 학교 이사장의 딸이라는 멋진 배경이 있지만, 그 배경은 오히려 그녀를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하게 만든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말은
자신의 안 좋은 환경 때문에 학교에서 소외되어 있지만, 클레어는 너무 좋은 환경 때문에 소외된 것이다. 서로의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서 연민과 동질감을
느낀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기대기 시작하고, 그들의 감정적 교류는 더 깊어져서 어느 새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다가온다.
3. 등장인물간의 관계 - 포레스터와 자말
그들은 자신의 가장 나약한 모습을 상대에게서 발견하게 되고 그것은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큰 계기가 된다.
머리도 좋고 농구도 잘하고 무엇보다 작문에 있어서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지만 빈민가 출신의 흑인이라는 환경과 인종이라는 굴레에 갇혀 자신의 능력을 발견해내지 못하는 자말과 존경받는 위대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상처로 인해 자신을 가두고 살아가는 포레스터의 모습은 자기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자신의 능력이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더 고달프게 한다는 점에서 아주 많이 닮아 있다.
또한 강한 자존심과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가끔은 의견 대립이 일어나기도 하고 서로 묘한 경쟁심을 가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두 사람이 서로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자말은 포레스터를 잘난 체 하는 괴팍한 노인네 쯤으로 생각했고, 포레스터 역시 그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자말이 민감해하는
인종 문제를 들먹거리면서 그의 인내심을 테스트 해보기도 한다. 이렇듯 처음의 둘 사이는 단순한 작문선생과 제자의 관계였고 포레스터는 자말에게 절대로
자신에 대해서나 자신의 가족에 관한 질문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말이 데려간 어릴 적 형과 자주 갔던 야구장에서 포레스터는 절대 묻지 말라고 했던 자신의 아픈 가족사를 스스로 털어놓게
되고, 이것을 계기로 자말은 그의 아픔을 알게되어 그에 대한 연민을 가지게 되고 그 상처를 보듬어 주기 시작하며 둘은 서로에게 더 가까워진다.
포레스터와 자말은 이렇게 유일하게 서로를 이해하는 존재이기도 했고, 작가로서의 자신을 유일하게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자말은 친구들 앞에서나 가족 앞에서 절대로 글을 쓰는 법이 없었고
자신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도 않았으며, 포레스터 역시 단 한 작품만을 출판하고 난 뒤에는 혼자 글을 써 왔다.
그런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작가로서의 모습을, 즉 진정한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일한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둘은 진정한 우정을 키워나가고, 자말은 포레스터를
통해 진정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나가며 포레스터는 자말을 통해 위로 받고 잃어버린 꿈을 찾았으며 다시 한번 세상에 뛰어들
기회를 얻는다.
결국 이들은 단순한 사제지간을 벗어나서 세대를 뛰어넘는 진정한 친구였으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삶에서 서로의 버팀목이자 길잡이 구실을 해준 소중한 존재였던 것이다.
세상에 나오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포레스터가 곤경에 처한 자말을 구하기 위해 학교로 나온 것이나, ‘작가는 책을 쓸 뿐 읽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글을 낭독하는 것을 한심하게 생각하던 그가 직접 자말의 글을 낭독한 것을 보면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참된 것인지 느낄 수 있다.
4. 주요 소재가 상징하는 것
1) 창문
영화의 초반에 자말과 그의 친구들은
혼자 숨어사는 이상한 노인네(포레스터)를 ‘창문’이라고 부른다. 항상 닫혀져 있는 포레스터의 창문은 굳게 닫혀져 있는 포레스터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닫혀져 있긴 하지만 매일매일 정성스럽게 그것을 닦고, 또 그것을 통해 포레스터가 밖을 본다는 점에서 그가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고도 볼 수 있다.
그가 죽은 뒤 자말이 그의 집으로 찾아와서 더러워진 창문을 닦는 것은 포레스터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마치 포레스터가 내려다보듯 카메라가 창문에서 자말과 친구들이 농구하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것은 언제까지나 포레스터가 애정어린 시선으로 자말을 바라볼 것임을 의미한다.
2)타자기
항상 자말은 그가 지니고 있는 수첩에
연필로 끄적끄적 글을 써왔다. 그것은 형식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다듬어지지
않은 것이었고 또 혼자만의 것이었다. 그런 그가 타자기를 이용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작문을 시작하면서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다는
것을 상징하고, 그 타자기가 포레스터의 것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그 발전과정을 포레스터와 공유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타자기로 글을 쓰는 리듬을 익히면서 처음에는 자신 없이 툭툭 자판을 치던 그가 나중에 자신감을 얻고 경쾌한 소리로 타닥타닥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을 보며, 자판기가 그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하나의 매개체라고도 생각되었다.
3)야구장
야구장은 포레스터와 그의 형과의 추억을
나타내는 장소이자 그가 은둔한지 30년만에 처음으로 외출한 곳이다.
자말이 본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포레스터와 그의 형은 아주 절친한 사이였고, 야구경기가 있을 때마다 야구장을 찾곤 했다. 야구장에 가는 동안 인파 속에 흩어져버린 자말과 포레스터는
애타게 서로를 찾으면서 얼마나 서로가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또한 양키스 구장에서 포레스터는 형과의 기억을 떠올리고, 아무도 없는 그 탁 트인 공간에서 처음으로 자말에게 자신의 상처에 대해 털어놓게 되고 그것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든다.
4)자전거
표절시비에 말려 위기에 처한 자말을 구하기
위해 포레스터는 세상에 혼자 나간다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그런 그를 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이동수단이 된 것은 자전거였다.
30년만에 혼자 나온 세상은 그에게
얼마나 복잡하고 낯선 것이었을까. 영화 중반에 자말과 함께 야구장에 갔을 때 많은 사람들에 휘말려 길을 잃을 뻔한 적도 있는 그에게 복잡한 도로를
뚫고 자전거를 타고 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자전거는 세상물정에 어두운 포레스터가 택한 자신에게 있어서의 최고의 교통수단이었을 것이고, 또 이는 당당하게 세상으로 다시 한번 뛰어든 포레스터의 용기를 상징하는 수단이라고 생각된다.
5)문학
처음에는 참 궁금했다. 왜 하필 영화의 주 소재로 ‘문학’을 선택했을까 하고 말이다. 천부적인 재능이 발휘되는 부분은 문학 말고도 얼마든지 많은데 이를테면 악기를 연주한다든지, 그림을 그린다든지, 영화 속에
나왔던 농구 같은 것도 얼마든지 소재가 될 수 있고 오히려 문학보다 누군가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면에서는 더 표현하기 쉬웠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왜 문학이
소재가 되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문학이란 또 하나의 인생과 같다. 작가의 일상이나 가치관, 경험, 사상 등이 그대로 작품 안에 스며드는 것이다.
따라서 포레스터와 자말이 논했던 문학에 대한 토론은 그대로 인생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며, 서로의 글을 보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누군가의 참된 모습을 알아가고,
그것을 서로에게 일깨워주는 것은 창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이 영화에서 문학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소재인 듯 하다.
Ⅲ. 결론
지금까지 <파인딩 포레스터>의
주인공들의 심리와 그들간의 관계가 주는 의미 등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사제지간의 따뜻한
인간애를 그린 영화이지만, 이 영화 속에는 천재가 가지는 자신의 재능에 대한 고민, 한 인간의 좌절과 상처로 인한 세상과의 단절, 인간이 가지는
편견과 질투심 등 여러 가지 심리적 요소들이 복합되어 있다는 것을 본 레포트를 작성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영화
속의 캐릭터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모습, 혹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고 그 심리들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영화를
볼 때에는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와 시각적인 즐거움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 제대로
영화를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인딩 포레스터>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요즘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금은 교과서적이고 지루한 스토리로도 생각될 수 있었지만, 사제간의 정이 사라져가고 있는 듯한 요즘의 삭막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친구는 위대한 스승’이라는
평범하고도 참된 진리를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감동적이었던 영화였다.
또한 세대를 뛰어넘는 그들의 우정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서서히 밝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저런 영향을 미친 적이 있을까, 또 나를 이끌어
줄 인생의 스승을 한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을까, 저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위해주는 친구를 나는 가지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안타깝게도 아직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었지만 그런 소중한 경험은 언제라도, 포레스터처럼 인생의 황혼에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참고문헌
김종만(1999). 나: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본 자아의 성장과 발달. 서울: 한림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