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서론

 심리학 개론 첫 시간에 강의 계획서를 받고 두 번째 과제물 목록 중에 "뮤리엘의 웨딩"이란 영화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이 영화를 본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중간 즈음부터 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집중해서 보았던 영화다. 이번 과제를 위해 다시 보기 전에 필자가 기억하고 있었던 유일한 장면은 헤슬롭 부인이 장을 보다가 구두를 신은 발이 너무 아파서 마트의 슬리퍼로 갈아 신고는 돈을 내는 것을 깜박하고 절도범으로 몰리는 부분이다. 필자는 이 장면을 보면서 울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은 이혼을 고려 중이었고 필자는 헤슬롭 부인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영화 목록은 생각해 볼 여지없이 이 영화를 과제로 선택한 이유이다.

 필자는 이번 과제에서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인간 소외와 자아 찾기 그리고 대인관계의 측면에서 분석할 것이다. 우선 간단하게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한 후에 각 장면을 중심으로 등장 인물의 심리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여러 성장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하여 건강한 성격의 모형과 주인공들의 성격을 비교, 대조함으로써 분석에 깊이를 더하고자 한다.

 이에 들어가기전에 앞서 "성장 심리학"의 저자 듀에인 슐츠의 말을 언급하고자 한다. 성장은 향한 인간의 잠재 능력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무시되어왔다. 심리학에서는 정신 건강보다는 정신질환을 더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대다수의 심리학자들이 성장의 가능성과 인간의 성격은 변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성장 심리학자들(이들의 대부분은 스스로를 인본주의 심리학자로 간주하고 있다)은 인간 본성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보는 인간은 심리학의 전통적인 유형으로 인식되어온 행동주의나 정신분석학에서 묘사하는 사람과는 다르다. 행동주의나 정신분석학의 그 어느 것도 인가의 성장을 향한 잠재 능력이나 현재의 우리 보다 좀더 나아지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을 연구하지 않았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 본성에 대한 비관적인 면모만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었다. 행동주의자들은 인간을 외부의 자극에 대하 소극적으로 반응만 하는 존재로 인식했고 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을 생물적인 충동과 어린 시절의 갈등의 희생물로써 인식했다. 성장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이것보다는 훨씬 나은 존재로 인식 했다. 대부분의 성장 심리학자들이 외부의 자극과 본능과 어린 시절의 갈등이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이러한 요소들의 어쩔 수 없는 희생물로서 그 성격을 변화 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과거나 생물학적인 본성이나 우리의 환경적인 여건을 훨씬 뛰어넘어 성장할 수 있으며 또 성장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잠재해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들 자신을 성장 시키고 개발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성장 심리학자들의 인간관은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다. 그들은 인간이 끝없이 성장하고 풍요롭게 발전하면서 인간이 원하는 대로 충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있다(Duane Schultz, 1982).

 성장 심리학자들은 프로이드의 이론을 일부 계승하고 주로 반박하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전개해 나간다. 지난 첫 번째 과제가 프로이드의 꿈 해석 방법을 통한 무의식 찾기였다는 점에서 이번 과제는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또한 프로이드가 이 시대에 미친 지대한 영향(어떤 식으로든지)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Ⅱ본론

 A 간단한 줄거리

 회면 가득 푸른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부케를 클로즈업하면서 영화는 크게 세 번 장면이 전환된다. 가각 "부케(the bouquet), 시드니--신부의 도시 (Sydney-the city of brides),마리엘의 결혼(Mariel's wedding)이라는 소 제목을 가진다.

 주인공 뮤리엘은 뚱뚱하고 못 생겼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도둑질도 한다. 시 의원인 아버지는 그런 그녀를 구제불능아리고 여기고 무시하며 형제들은 하나같이 무기력하고 친구들도 그녀를 따돌린다. 결혼 만이 이런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그녀에게 유일한 위로는 아바의 음아가을 듣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뮤리엘은 아버지의 돈을 훔쳐 하비스코스 섬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고등학교 때 친구 론다를 만난다, 뮤리엘과 론다는 멋지게 아바 모창 공연을 마치고 함께 시드니로 떠난다. 뮤리엘은 마리엘로 이름을 바꾸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즐긴다. 그러던 중 론다는 암에 걸리고 결혼에 대한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던 뮤리엘은 계약 결혼을 하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뮤리엘은 내적인 성장과 깨달음을 얻고 다시 본래의 이름을 되찾게 되고 론다와 함께 고향을 떠난다.

B 장면(scene) 분석을 통한 등장 인물들의 심리 고찰

 1. 뮤리엘 헤슬롭

  a 친구들로부터의 소외

  에릭 프롬(Erich Fromm)은 인간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공포는 바로 고립과 추방에 대안 공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과의 원초적 조화를 상실했으므로 살아있는 타인과 결합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강열한 욕구를 갖게 됨 이러한 관계에 따라 정상적인 성장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참된 사랑으로써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관계 즉 대인관계이다.

 1) 영화는 친구 타냐의 결혼식장에서 부케를 받아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뮤리엘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시작된다. 뮤리엘이 부케를 받은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은 기어코 그녀에게서 부케를 빼앗는다. "넌 여태껏 남자 친구도 한 번 없었잖아."

 2)  친구: 직장이 없는 넌 무리야(함께 휴가를 떠나고 싶어하는 뮤리엘에게)

     친구: 사람들은 우리가 미쳤대. 우린 너무 잘 놀아. 우리는 잘 노니까 파티에 초대 받은 거야. 그게 우리             이미지야. 무슨 뜻인지 알겠지?

     뮤리엘: 아하하하. 우린 미쳤어

     친구: 우린 너랑 같이 다니기 싫어

     뮤리엘: 난 옷을 안 훔쳤어

     친구: 옷이 아니고 너 때문이야. 머리 바꾸라고 천번 말해도 그대로지. 옷도 엉망이고 70년대 음악이나 듣고.             넌 우릴 깍아내려. 창피하게 만들어.

     친구: 너무 늦었어. 네 수준에 맞는 친구를 만나봐

     뮤리엘: 난 한심해, 난 한심이야!

     친구: 아무도 그런 말 한 했잖아'

     뮤리엘: (큰 소리로 울며) 제발 날 빼지마

     친구: 또 우릴 창피하게 해

 3) 친구들은 혼자서 하비스코스 섬을 찾은 뮤리엘의 얼굴에 음료수를 끼얹는다.

 프롬에 의하면 관계성을 발견하는 데에는 몇가지 방법이 있다. 어떤 사람은 파괴적(불 건강)이고 어떤 사람은 건설적(건강)이다. 어떤 다른 사람이나 집단, 혹은 신과 같은 이상향에 복종적이 됨으로써 그 세계와 연합하려고 한다. 복종에 의하여 그 사람은 더 이상 혼자라고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자기보다 큰 어떤 것이나 사람에게 소속되게 된다. 한편 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장악하려 타인에게 복종을 강요함으로서 세계와 관계를 가지려할 수도 있다. 이 두가지 방법은 모두 안정을 얻기 위하여 타인에게 의존하려는 것이다. 그 결과 자유도 자아 통합도 얻지 못한 체 타인 안에서 타인에 의해서 사는 것이다.

 위의 몇 가지 장면에서 뮤리엘은 고립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존적이고 복종적으로 친구들에게 매달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돌아오는 것은 멸시와 소외뿐이다.

b 아버지의 무시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 빌 헤슬롭은 백수인 뮤리엘을 비웃는다. 자물쇠 견습생 면접을 볼 거라는 뮤리엘의 말에 어머니는 반색을 하며 대견해 하지만 빌은 "견습생치곤 너무 늙었잖아? 넌 뭘 해도 늙었어." 라고 대꾸한다. "고등학교 때 퇴학 당한 이후로 친구 회사에 취직 시켜주었지. 졸업했지만 타자 하나 치지 못해, 송장처럼 집에서 죽치고 지내지, 쓸모가 없어. 하는 일이라곤 집에서 티비나 보고 결혼 식장에서 체포나 되고 전부 희망이 없는 애들이야."

 주체성 형성의 마직막 단계는 자신의 삶에 대한 청사진을 가족이나 친구,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수정과 보완을 받아서 최종적으로 OK 싸인을 얻어서 확인하는 단계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아서 비로소 내것이 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자신을 모르고 성장해 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나를 알 게 된다고 셀리번은 말한다(김종만, 1999).

 뮤리엘은 늘 아버지에게서 무시 당한다. 단 한번도 아버지를 만족 시키지 못한다. 인정 받지 못하고 자라온 뮤리엘은 주체성을 형성할 수 없다. 뮤리엘이 타인을 통해 들여다보는 "나"는 무기력하고 쓸모없는 존재일 뿐이다. 자신감을 잃게 되고 체념하며 스스로를 부끄러운 존재로 여기게 된다.

 마슬로우의 자아 실현의 사람 모형에 따르면 지극히 건강한 사람은 사회 계층이나 교육 수준, 정치 파벌 혹은 종파, 인종 혹은 피부색에 구애받지 않고서 모든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수용적이다. 이러한 차이는 자아 실현의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을 때 예를 들면 교육을 들 받고 지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과는 우월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무언가 자기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서 듣고 배울 때세가 갖추어져 있다. 한 예로 자아 실현하는 지식인은 자기가 갖지 못하는 기술과 지식을 가진 목수에게도 진정한 존경심을 가진다. 이에 근거해볼 때 빌 헤슬롭은 "진보는 멈출 수 없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시 의원이자 호주의 작은 투쟁가 빌"이라는 별명을 가진 빌은 진보와 투쟁의 열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민주적 성격 구조가 결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C 도둑질, 거짓말, 가출, 아바의 음악 1

 1) 뮤리엘은 도둑질을 한다. 친구의 결혼 식장에서도 훔친 옷을 입고 가서 연행되어 온다.

 2) 도둑질한 것이 들통 났는데도 숨기고 나중엔 친구인 론다에게도 "팀"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내어 거짓말     을 한다.

 마슬로우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자아 실현자는 가직 없이, 솔직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말한다. 정서를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나타낸다. 자기 본성에 대해 대단히 수용적임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을 왜곡 시키거나 변조할 필요가 없다. 마음을 풀고 자신에 대한 편안함을 느끼는데 이런 수용성은 실존의 어느 단계에나 적용이 된다. 세속적인 욕구를 부끄러워하거나 변명하며 받아들이지 않고 사랑과 소속감과 존중, 자아 가치 등 각각의 단계를 받아들인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들의 결점에 그리고 사실상 인류 전체의 결점에 대해서도 똑 같이 관대하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그것이 자기 본성에 따르는 것이다. 신경증인 사람과 자아 실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 그들은 그들이 수치심과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왜곡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뮤리엘의 일련의 거짓말과 절도 행위는 일탈 행위다. 부모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욕구 불만, 불안, 자괴감은 반항으로 이어진다.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음으로 뮤리엘은 성장을 멈춘 채 나이게 맞지 않는 일탈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3) 아버지의 돈을 훔쳐서 떠난다. 처음엔 하비스코스 섬으로 그 다음엔 시드니로

 부모와의 관계 단절 때문에 자아를 인정받기 위해서 청소년들이 가출하게 된다고 말한다(김종만, 1999). 에릭슨의 말처럼 뮤리엘은 자아를 인정받기 위해서 떠난 것일까? 로저스의 모형에 따르면 자아 실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된다. 자아가 아닌 어떤 것을 과장하거나 자기 자아의 일부를 숨기거나 가면이나 표면 뒤로 숨지 않는다. 행동의 규정대로 따르거나 상황마다 각각 다른 성격을 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나 부모로부터 받게 되는 기대나 금지에서 자유로우며 이러한 규칙을 넘어서 성장해 나간다. 로서스는 자아 실현을 한 사람이 다른 이에 의해 규정된 규약 아래서 산다고는 믿지 않는다. 방향 선택이나 행동 표현 여부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 의해 결정 된다. 자아가 성격의 주인임으로 다른 이에 의해 정해진 규범과 별개로 행동한다. 그러나 뮤리엘의 가출은 자신이 자아의 주체가 되어 떠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아 실현을 하는 사람들은 공공연히 공격적이 되거나 반항적이지 않으며 부모나 사회의 규칙을 조롱하기 위해 고의로 관습에 반대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듀에인 슐츠, 1982). 그러므로 뮤리엘의 가출은 일탈 행동의 연장 선상에 놓인다고 볼 수 있다.